IT IS WORTH MORE THAN A BAG

‘모어댄(More Than)’의 최이현 대표는 이상적인 사회적 기업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아주 근사하고 멋진 방식으로. 그가 만든 백팩은 가방 그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다.

 


 

Q. 자동차 시트에서 나온 폐가죽으로 만든 가방이라니, 흥미롭다. 이러한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영국에서 공부할 때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 자동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국내에서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크지 않나. 그 논문에서 제안한 작은 아이디어 중 하나가 개인적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Q.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나?
영국에서 20년 넘은 빈티지 MINI를 탔는데, 어느 날 밤 집 앞에 세워두었다가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작고 오래된 차라 앞뒤가 전부 엉망으로 찌그러져 폐차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아끼던 차였고, 영국뿐 아니라 유럽 도시를 함께 여행하며 쌓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시트를 떼어 왔다. 집에 두고 소파처럼 쓸 요량이었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사용하려니 불편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패션을 전공한 친구와 상의하다 시트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Q. 그 아이디어가 사업의 모티브가 된 건가?
바로 행동에 옮긴 건 아니지만, 자동차에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배기가스로 인한 공기오염에만 집중하는데, 오히려 이런 문제는 자동차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 해결책을 내놓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숙제가 바로 우리가 앉는 시트에서 나오는 폐기물이다. 폐차할 때 나오는 폐가죽뿐 아니라 시트 제작 시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차량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10%인 시트 가죽, 안전벨트, 에어백 등의 비금속류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고, 이 아이디어가 곧 창업으로 이어졌다. 가방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첫 판매는 어떻게 시작했나?
지난해 초 카카오에서 쇼핑 채널을 오픈할 때 입점 제안이 들어왔다. 아직 론칭 전이라 테스트용으로 만든 가방 100개를 내놓으면서 하루에 하나씩, 3개월간 다 팔 수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단 3일 만에 소진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제대로 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준비해서 정식으로 론칭했다.

 

 

Q. 재활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메시지만으로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디자인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우선 제품력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어댄 제품은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가공비가 여타 가죽 제품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비용과 공을 들인 만큼 더 높은 퀄리티가 나온다. 완벽한 품질을 추구했고, 그만큼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

Q. 컨티뉴 가방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방탄소년단이 가방 사진을 SNS에 올린 이후라고 들었다. 협찬을 했나?
협찬은 아니었다. RM이 배낭여행 중 개인적으로 구매한 가방을 메고 찍은 사진이었고, 그 사진 덕에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해외의 수많은 팬이 구매 문의를 해와서 우리도 놀랐다. 덕분에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고 주목받게 되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Q. 방탄소년단 효과가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나?
꼭 그런 건 아니다. RM이 구매한 가방은 창업 초창기에 테스트 제품으로 딱 100개만 만들고 단종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 좀 더 개선하고 보완해 내놓았는데, 팬들은 RM의 가방과 똑같은 것을 사겠다고 아우성이더라.(웃음) 주문을 받아 다시 생산하는 데 40~60일 정도 걸리다 보니 고객이 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Q.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컨티뉴 가방을 구매했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일이다. 창업 당시 사업설명회를 할 때 사회적 기업 후원에 관심이 많은 SK이노베이션에서 우리 메시지를 마음에 들어해 일정 비용을 2년에 걸쳐 지원해줬다. 창업 초기에 필요한 자본의 일부였지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에서 소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스타트업은 결과물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2년 만에 독립해 브랜드를 론칭하고 매장을 내게 되었다. 그 후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후원과 우리 제품을 유심히 봐온 김 부총리가 지난 3월 SK그룹 본사에서 열린 ‘SK그룹과의 혁신 성장 현장 소통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구매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매출 면에서 직접적 효과는 더 컸다. 방탄소년단 때와 달리 컨티뉴 브랜드를 정식으로 론칭한 이후였고 제품 공급도 원활한 터라 매출이 10배 이상 뛰었다.

Q. 다른 기업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한다고 들었다.
고양시의 스타필드, 제주공항 면세점 등에 매장이 있지만 매출의 60%는 B to B 형태다. 우리 메시지와 부합하는 회사에서 스테이셔너리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고,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자사 모델의 시트 가죽을 제공해 제품 생산을 한 적도 있다.

Q. 소비자와 대기업의 마음을 움직인 모어댄의 메시지, 기업 철학은 무엇인가?
‘We change useless to useful.’ 쓸모없던 것을 쓸모 있게 바꾸는 것! 버려진 재료를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 안에 사람이 있다. 경력과 실력이 우수하면서도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률이 낮은 북한 이탈 주민을 고용하는 것이다. 재택근무, 파트타임 등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러한 인력을 채용해 쓸모 있게(useful) 만드는 것, 모어댄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Q. 모어댄의 다음 행보를 소개해달라.
신기 편한 스니커즈 위주의 신발을 개발 중이다. 자동차 시트 가죽으로 만든 신발은 모빌리티의 연속성을 담을 수 있는, 훌륭한 ‘모빌리티 커넥티드(mobility connected)’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멈춰도 신발이 되어 계속 세상을 달린다는 의미라고 할까. 자동차 가죽은 그 어떤 제품보다 내구성과 품질이 우수하고, 방수도 가능해 신발 소재로 제격이다. 향후 아우디와도 의미 있는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COPY : Lee Jungjoo PHOTO : Lee Jeong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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