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rge’, 아우디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e-트론을 공개하는 행사의 제목이다. 전기차의 상징과도 같은 ‘충전(charge)’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의미하는 비슷한 철자의 ‘Change’를 연상할 수 있도록 붙인 이름일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순수 전기차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까지 포함하는 브랜드 ‘e-트론’, 그 이름은 이미 낯설지 않다. 3년 전 국내에 A3 스포트백 e-트론이라는 모델을 소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환경과 효율에만 집중하다 달리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는 편견을 깨고 달리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는 차로 주목을 받았다.

아우디는 전기차를 시장에 처음 내놓은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가 스피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우디 e-트론 광고 영상의 비유에 따르면 무하마드 알리가 처음으로 KO 펀치를 날린 것은 아니지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철학을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들었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그 즐거움에 공감할 수 있게 했고, 살바도르 달리가 미술의 시조는 아니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에 눈뜨게 한 것처럼 아우디는 자사의 철학에 따라 전기차를 만들어내고, 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남들이 갖지 못하는 완벽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 희소성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것을 먼저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렵고, 외롭고, 값비싼 과정이다. 그래서 이번에 아우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e-트론을 공개하며 두 가지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 첫 번째는 신모델 공개 행사장을 마치 대학 강의실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루한 학습 시간이 아니라, 누구나 궁금해하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아우디가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은 단순히 ‘충전해서 달린다’거나 ‘엄청나게 빠르다’가 아니라, 전기차 덕분에 달라질 미래의 모습이었다. e-트론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가 아니라, 근미래에 펼쳐질 자율주행을 필두로 한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최초의 ‘미래’라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두 번째 아우디 e-트론의 독특한 점은 브랜드 이름이 모델 이름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아우디의 PHEV를 뜻하는 서브 브랜드 이름인 ‘e-트론’을 아우디 최초의 순수 전기차 모델명으로 그대로 사용했다. 어쩌면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왜일까? e-트론과 관련된 이 두 가지 특이점에는 아우디의 간절한 목적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아우디가 얼마나 미래의 차를 제대로 만들려고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첫 전기차인 아우디 e-트론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아우디는 단순히 세계 최초의 전기차나 미래 자동차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아주 깊이 생각하고 방향을 제대로 정한 뒤 마스터플랜을 세워 앞으로 10~20년을 꾸준히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치밀하고 꼼꼼한 생각을 대중과 공유하면 아우디가 왜 이렇게 첫 전기차인 e-트론을 만들었고, 앞으로 선보일 미래의 e-트론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자연스레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우디 e-트론은 대형 크로스오버 SUV 형태를 띠고 있다. SUV는 현재 아우디 판매량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이긴 하지만 일단 기술적으로 95kWh 용량의 초대형 배터리를 탑재하려면 차체의 높이가 살짝 높은 편이 유리하다. 95kWh는 넉넉한 크기의 아우디 e-트론이 여유와 성능을 즐기면서도 ‘최소’ 400km 이상의 레인지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다. 사실 아우디는 가까운 미래엔 자동차가 지금처럼 크기나 차체 형상으로 분류되기보다 용도에 따라 분류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트론은 그중에서 도시와 도시를 잇는 중장거리 교통수단의 역할을 맡는다(현재의 자동차와 가장 비슷한 역할이다). 그리고 그 역할에 필수적인 넉넉한 공간과 안락함을 추구하다 보니 현재의 크로스오버 SUV와 비슷해진 것이다. 전기모터 특유의 고성능을 강조하는 경쟁사의 전기차에 비해 ‘기함급 설룬에서나 느낄 수 있는 매끄러움과 안락함’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추후 선보일, 용도에 따른 자동차의 또 다른 형태는 이번 발표회에 콘셉트카 형태로 전시됐다.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카 아이콘(AICON)처럼 먼 거리를 안락하게 여행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도심에서 커뮤터 역할을 할 무인 차량의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또 PB-18과 같은 ‘레벨 0’, 즉 자율주행 기능을 전혀 담지 않은 자동차도 있었다. 아우디에 자동차란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역할도 중요하다는 증거다. 심지어 2차원 평면을 벗어나 하늘을 나는 ‘비행차’까지 이미 에어버스와의 공동 연구 콘셉트로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 모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아우디는 최초의 전기차 e-트론을 제대로 된 프리미엄 모델로 만들기를 원했다. e-트론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도 그 결과 중 하나다. 아무리 회생 제동의 효율과 성능이 좋다 해도 어딘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면 그건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집이기 때문이다. 또한 역시 세계 최초로 제공하는 150kW 초고속 충전 기능은 충전 속도 자체도 중요하긴 하지만, 유럽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는 사람들의 평균 휴식 시간을 고려한 인간 중심 설계라는 점도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접근 방식이다(다음 단계인 350kW 충전은 오늘날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결제하는 시간과 동일한 충전 시간이 목표다). 고객에게 맞춤 충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모든 충전 네트워크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서비스다.

그리고 아우디는 e-트론의 시대에도 여전히 지금 존재하는 ‘아우디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앞바퀴에 125kW, 뒷바퀴에 140kW의 정격출력을 내는 모터를 각각 배치한 것도 뒷바퀴에 구동력을 약간 더 분배하는 지금의 콰트로와 비슷한 주행 감각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언제나 또렷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LED 헤드라이트를 최초로 장착한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선명한 후방 시야를 보장하기 위해 카메라와 OLED 모니터로 이루어진 아우디 버추얼 미러를 세계 최초로 장착한 것도 역시 아우디답다. 물론 아우디 e-트론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순수 전기차의 본분인 친환경, 즉 효율성이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 덕분에 e-트론은 전체 제동 상황의 90%에 해당하는 제동력 0.3g까지 회생 제동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전체 출력의 70%에 해당하는 220kW, 즉 300마력의 에너지를 회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배터리 팩의 냉각 시스템이나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모아 실내를 덥히는 등 에너지를 절대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테크 토크에서도 “e-트론은 에너지를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할 정도로 효율성에 집중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시빅 센터에서 아침 일찍 시작해 밤 늦게까지 이어진 기술 설명 행사를 통해 우리는 아우디가 e-트론을 얼마나 제대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실물을 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배를 타고 샌프란스시코만을 가로질러 도착한 ‘크레인웨이 파빌리온(Craneway Pavilion)’에서 e-트론의 공개 행사가 열렸다. 포드자동차의 조립 공장이었던 유서 깊은 건물을 아우디는 전자회로를 상징하는 라이트 쇼로 뒤덮어 미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잠시 후, 전 세계에서 도착한 1500여 명의 인파 앞에서 무대가 갈라지며 아우디 AG를 이끌고 있는 브람 숏(Bram Schot) 아우디 AG 임시 CEO가 등장했다. 그의 메시지는 명료했다. “아우디 e-트론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우디가 콰트로, ASF 경량 알루미늄 차체, LED 기술 등으로 시장을 선도했듯 e-트론은 세계 최초로 ‘제대로 만든(doing thing right)’ 전기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우디는 2025년까지 판매량의 3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울 것이며, 그 시작이 바로 e-트론입니다.” 그는 또 e-트론 스포트백과 e-트론 GT가 곧 뒤를 따르며 라인업을 완성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The Charge’의 또 다른 의미는 브랜드의 미래를, 그리고 자동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charge)’ 비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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