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초록빛의 옥상정원으로 덮인 고층 빌딩과 곳곳에 식물을 심은 건물 외관이 그늘을 드리우고 수분을 저장하며 공기 중 독소를 흡수한다.
도시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건축가와 도시계획자들이 울창한 초록 식물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

(SKETCH : Ateliers Jean Nouvel)

 

 

햇빛이 잘 닿지 않는 낮은 층에는 양치류 식물이 적합하다. 자연 속 숲에서 그렇듯 양치류는 습하고 그늘진 환경에서 잘 자란다. (PHOTO : Annie Spratt, Unsplash)

 

 

관목류와 다년생식물은 1년 내내 습하고 온화한 미기후(microclimate)를 보장해주는 식물이다. 특히 여름 동안 대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열섬 현상을 막아준다.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 프로젝트는 그린 빌딩 현상의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사례다. 총 8만5000종의 식물이 마치 23개의 초록 망토처럼 펼쳐져 건물 외관의 50m 높이까지 뻗어나간다. (PHOTO : Murray Fredericks)

 

 

잔디, 양치류, 초목, 난초, 제비꽃 등 450개의 다양한 식물 종이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One Central Park)에서 풍성한 색감을 자아내며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는 식물 정원이 아니다. 호주 시드니의 치펀데일(Chippendale) 지역에 있는 34층 높이의 인상적인 주거 건물이다. 원 센트럴 파크는 수직 정원의 프로토타입으로 간주된다. 식물을 건물에 결합하는 이 트렌드가 전 세계 건축가와 도시계획자에게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풍성한 초록 식물을 디자인에 가미하는 것이 실내 온도와 건물의 에너지 발자국(energy footprint)을 개선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이 오염된 도시의 공기 중 독소를 정화하고 뜨거운 여름 열기에 갇힌 도시 협곡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2014년 완공한 이 도심 오아시스는 117m 높이의 빌딩으로, 1년 내내 초록 식물과 컬러풀한 꽃 기둥이 건물 외벽을 휘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발코니 정원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계획과 노하우를 요구했다. “수직 정원 디자인은 과학과 미학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현대 수직 정원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랑스 식물학자 파트리크 블랑(Patrick Blanc)의 말이다. 블랑은 파리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과 함께 원 센트럴 파크를 디자인했고, 그곳에 적합한 수백 종의 식물을 골랐다. 그중 거의 절반이 토종 식물로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식물 콘셉트를 설명하며 블랑은 말한다. “한마디로 적재적소죠.” 초록 잔디와 관목은 바람과 태양에 노출되는 위층에 적절하다.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에어컨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중간층은 위층에 비해 식물이 보호받을 수 있는 위치이기에 덩굴이나 민감한 꽃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양치류, 진달래속류, 아잘레아 종은 햇빛이 잘 닿지 않는 낮은 층에서 자신의 몫을 다한다. 블랑은 몇 번의 식물계 원정을 통해 작업을 위한 영감을 찾아 나섰다. 그가 디자인한 고층 건물 서식지에는 전통적 토양 베이스 없이도 절벽이나 나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토양은 단지 기술적 토대일 뿐이니까요.” 블랑은 말한다. 식물이 성장하고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물, 무기질, 빛,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된다. 도쿄, 파리, 리야드, 상파울루, 뉴욕에서 블랑은 비옥한 토양 없이도 300개 이상의 수직 정원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기발한 작은 호스 시스템이 자동으로 각각의 식물에 물과 영양분을 제공하면 식물이 현무암이나 광물 섬유로 이뤄진 배양기에 뿌리를 내린다. 관리가 용이한 수경 재배 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식물은 도시의 공기를 통해 양분을 얻고, 이를 통해 도시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안겨준다.

2016년 에콰도르 키토(Quito)의 UN 회의 ‘해비타트 III(Habitat III)’에서 인정한 것처럼 더 많은 초록 식물을 심는 것이 도시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공기 질을 개선하는 것 외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해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에서 이산화탄소를 70% 이상 배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 벽(planted wall)의 능력은 명백히 입증되었습니다.” 버밍엄 대학교 지리지구환경과학과의 롭 매켄지(Rob MacKenzie)는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인용한 2012년의 연구를 통해 건물 외벽의 식물이 농축된 미세먼지와 유독한 이산화질소를 90%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
파트리크 블랑이 전략적으로 식물을 심는 건물의 장점을 설파한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가 설계한 수직 산림(vertical forest)인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건설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모든 면에 넓은 발코니를 갖춘 각각 116m, 85m 높이의 주거 건물 두 채를 디자인했다. 총 2만m2를 덮고 있는 이 발코니가 700그루 나무와 5000그루 관목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모두 1.5m 깊이의 콘크리트 화분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수천 개의 덩굴식물과 꽃이 이 인상적인 초록 건물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보에리는 밀라노 대학교의 식물학자들과 협업, 20종의 낙엽수와 상록수를 비롯해 외벽을 덮기 위한 80종의 추가 식물을 물색했다. 그 결과는?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동시에 어느 때건 결코 헐벗는(!) 일이 없다. “수직 산림은 고유의 미기후를 만들어내며 공기 중 수분량을 증가시킵니다.” 보에리는 설명한다. 매해 그의 나무와 수풀은 20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거의 동일한 양의 산소를 도시의 공기 중으로 내뿜는다. 식물은 배기가스와 질소산화물 역시 효율적으로 흡수한다. 이 프로젝트는 건물과 인접한 곳의 공기 질은 물론 도시의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개선하는 데도 한몫했다. 종달새부터 참새에 이르기까지 20종이 넘는 새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이다. 건물 주위로 미기후가 형성되면서 특히 여름 온도가 2℃ 정도 내려갔다. 이러한 방식으로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건물이 밀집한 도심에서 여름 기온을 주위보다 몇 도 높게 올리는 열섬 현상을 효과적으로 상쇄한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나무를 위한 건물입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는 것뿐이죠.” 보에리는 말한다.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수직 산림)는 모든 면에 널찍한 발코니를 갖춘 트윈 타워로 이뤄져 있다. 발코니에는 수천 종의 덩굴식물과 꽃을 비롯해 700그루 나무와 5000그루 관목이 자리 잡았다. (PHOTO : Maciej Jezyk)

강인하고 튼튼한 주엽나무(honey locust)는 생명력이 강한 모든 식물이 그렇듯 주로 바람과 태양을 견뎌야 하는 고층에 사용한다. (PHOTO : Jeremy Bishop, Unsplash)

 

사이프러스과에 속하는 생명나무(tree of life, 학명은 thuja)는 생명력이 강한 상록수로 그중 3종은 동아시아에서만 자란다. (PHOTO : Luna Azevedo, Unsplash)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중국의 류저우 포레스트 시티를 통해 수직 정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뜻깊은 작업을 보여준다. 이 초록으로 가득한 도시에 총 3만 명의 거주자를 수용하고 매년 1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PHOTO : Stefano Boeri Architetto)

 

 

밀라노의 이 프로토타입 빌딩으로 스테파노 보에리는 건축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후속 프로젝트를 의뢰받게 되었다. 수백 그루의 나무와 수천 종의 식물을 활용하는 ‘거주 공간을 위한 살아 있는 생태계’ 콘셉트는 파리 교외 빌리에쉬르마른(Villierssur-Marne)에 자리한 54m 높이의 주거 타워와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Utrecht)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제한된 도심 지역에 집중된 이곳의 식물 규모는 전통적 숲 1헥타르에서 만날 수 있는 양으로 설계했다. 중국 남부에서 진행하는 보에리의 최근 프로젝트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홍콩에서 북동쪽으로 300km 떨어진 부지에서 보에리는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프로토타입에 기반을 둔, 도시 전체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2020년 공사가 시작될 류저우 포레스트 시티(Liuzhou Forest City)는 175헥타르 부지에 3만 명의 거주자를 위해 개발할 예정이다. 개별 주거 건물뿐 아니라 학교, 행정 사무소, 호텔, 병원에도 최소 100만 종의 식물과 100여 종으로 이뤄진 4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도시계획자는 다양한 식물 덕에 새와 곤충의 종류가 많아져 도심 생태계가 조성되길 희망하고 있다. 포레스트 시티는 베이징을 비롯해 다른 중국 대도시에 자주 출몰하는 스모그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 초록의 도심 오아시스 식물이 매년 57톤의 미세먼지와 1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도시는 초록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시 이론가이자 독일 카를스루에 공과대학의 지속 가능한 도심 개발 분야 전문가 알렉산드라 크빈트(Alexandra Quint)는 말한다. 그녀는 심지어 건물 외벽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농작물, 발코니의 과일과 채소는 물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수역을 조성하는 것에도 적극 찬성한다. 주거 타워부터 식물로 가득한 도심에 이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스테파노 보에리와 파트리크 블랑은 이미 그 이상향에 꽤 근접해 있다. 하지만 이미 개발한 도시 역시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도심의 건물과 시설에 초록 식물을 더하는 필요성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된다. 드레스덴의 스타트업 그린 시티 솔루션(Green City Solutions)의 ‘시티트리(CityTree)’를 예로 들어보자. 수직 정원이나 수직 산림보다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덜 흡수하지만 훨씬 비용이 저렴한 동시에 활용도 또한 높다. 슈투트가르트, 베를린, 홍콩에 설치한 첫 시티트리는 오염된 공기 중 미세먼지의 절반, 질소산화물의 8분의 1을 흡수한다. 실제로 관리가 따로 필요 없는 이끼 벽은 태양전지에서 동력을 얻는 펌프를 통해 매년 약 1만 리터의 물을 제공받는다. 시티트리 옆에 벤치를 놓아 도심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 식물을 심게 될 거예요”라고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도심식물생태생리학 부문을 총괄하는 크리스티안 울릭스(Christian Ulrichs)는 예측한다.
그는 식물을 버스 정류장이나 광고 전광판 등 소위 도심 구조물(urban furniture)에 더할 것을 제안한다. 도시 거주자 역시 이러한 식물을 더하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기발한 새 건물과 스마트한 발명품을 활용할 때보다 훨씬 빨리 더 나은 공기 질과 다양한 동식물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도시의 옥상정원 수는 미국의 건강 도시를 위한 초록 옥상(Green Roofs for Healthy Cities) 등 비영리단체의 지원과 함께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많은 도시 행정 부서와 자연보호협회도 적절한, 무엇보다 곤충에게 우호적인 발코니 식물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번 가드닝(urban gardening, 사유지 혹은 공공 부지에서 채소와 허브를 재배하는 것)은 오랫동안 몇몇 극성맞은 이들의 별난 취미 정도로 간주되었지만, 최근 메마른 도시에서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부르주아 삶의 전형으로 여기던) 얼롯먼트 가든(allotment garden, 시민 농장)마저 예전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COPY : Jan Oliver Löfken ILLUSTRATION : Raymond Biesinger

 


 

NERVOUS NASA GETS GREEN FINGERS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초록의 힘을 빌리고 있다. NASA는 1980년대에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춘 현대적이고 밀폐된 건물이 거주자나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주인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미 밝혀진 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건축자재, 페인트, 코팅제, 세제 등의 다양한 물질이 밀폐된 건물에 쌓이게 된다. 포름알데히드, 트리클로로에틸렌, 벤젠, 크실렌, 암모니아가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의 공기 질을 저하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NASA 연구자들은 단순한 해결책을 떠올렸다. 화분에 심은 식물을 공기 중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효율적인 필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한 최종 보고서에서는 스파티필룸(peace lily)이라는 식물과 쑥갓(garden chrysanthemum)의 효능이 특히 인정받았다. 두 식물 모두 다섯 가지 공기 중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lant:

정의: 식물은 살아 있는 유기체로 진핵생물(eukaryote) 영역에 속한다. 다시 말해 식물은 세포핵과 세포막을 지닌 유기체다.

패밀리트리

  • 영역: 진핵생물(eukaryotes, eucarya)
  • 계: 식물계(plantae)
  • 분류: 관다발식물문(vascular plants, tracheophyta), 우산이끼속(liverworts, marchantiophyta), 선태식물강(true mosses, bryophyta), 뿔이끼류(hornworts, anthocerotophyta)

FILTER FACTFINDER

도심 환경에서 식물을 이용해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이슈에 초점을 맞춘 몇몇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의 토머스 A. M. 퓨(Thomas A. M. Pugh) 교수, 데이비드 노왁(David Nowak)의 후원을 받는 미국 산림국(US Forest Service), 브리스톨의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the West of England), 환경·안전·에너지 기술을 위한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nstitute) 모두 식물이 공기 중 오염 물질 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입을 모았다.
umsicht.fraunhofer.de/en


Growing on walls

1988년, 수직 정원의 선구자 파트리크 블랑은 강화콘크리트 벽에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원리는 PVC 플레이트를 갖춘 금속 프레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위로 펠트 같은 합성 소재가 뻗어 있어 식물의 뿌리가 견고하게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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